등잔/신현림 불이 켜지면 마음은 더 이상 먼 데로 가지 않고 내 안으로 향한다. 홀로 있을 때의 외로움은 자아 감각을 더욱 날카롭게 해주고, 사람들이 모이면 등잔불은 가장 아름다운 빛을 뿜어낸다. 손의 감촉은 더 예민해지고, 사랑하는 자들의 손길은 더 부드러워진다. 까무잡잡한 얼굴은 빛나는 구릿빛으로 바뀌고, 흰빛의 얼굴은 은은하게 달빛으로 끌어당긴다. 하루 동안 노동으로 지친 기분은 평화롭고 아늑해진다. 쓸쓸하여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마음도 무엇이든 잘될 것 같은 기분으로 바뀌니 이 아담한 전등불은 밤 속에서 더욱 신비롭다. 등불을 보면 ‘생을 마감한 뒤에 남는 것은 그가 쌓아놓은 것이 아니라 나눠줬던 것’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등잔의 철학이 바로 생명이 다할 때까지 사람에게 빛을 나눠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