놋쇠종 / 지영미 작고 앙증스러운 모양이 한 손안에 쏙 들어온다. 세월의 때가 묻었다. 장인이 수없이 두들겨 만들어낸 고운 결은 시간 속에서도 그대로다. 나비 모양 무쇠공이가 가만히 흔들린다. 바람결에 깊은 여운을 담은 소리를 금방이라도 들려줄 것 같다. 어릴 적 우리 집 대문에는 자그마한 종이 매달려 있었다. 어느 해 할머니가 메어 놓은 후부터 청아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할머니는 그것이 질병이나 액운을 막아주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라고 믿고 계셨다. 마치 고목에 정령이 깃들어 있는 것처럼 종에도 혼이 깃들어 있다고 말씀하셨다. 할머니의 주술적인 믿음을 담은 종은 늘 그 자리를 지키며 우리와 함께했다. 어린 나는 그 소리가 참 좋았다. 종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우리 집에는 좋은 일만 생길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