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마경덕 구멍은 사방에 있었다. 물 샐 틈 없는 바다마저 구멍이 있어 파도에 발을 헛디딘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머니는 밤마다 호롱불 아래 아홉 켤레의 양말을 기웠고 옆집 아저씨는 노름빚에 시달려 온몸에 구멍투성이었다. 솥이나 냄비를 때우러 다니던 땜쟁이 영감은 위장에 빵구가 나서 평생을 골골거렸다. 막히거나 뚫려도 걱정인 것이 바로 구멍이었다. 내게도 기워야할 구멍이 얼마나 많았던가. 믿었던 사람에게, 느닷없는 운명에 걷어차여 뻥뻥 뚫린 흔적들. 나는 막힌 하수구를 뚫고 물이 새는 수도관을 틀어막으며 살아 왔다. 구멍에 익숙한 나는 단춧구멍 같은 구멍으로 간신히 목을 디밀고 살았다. 실이 풀린 단추처럼 간당간당 구멍에 매달려 살았다. 오래된 구멍, 은밀한 구멍하나를 기억한다. 돼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