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남지은 서랍 여는 소리가 뻐근하다. 너무 오랜만에 열어주니 그동안 쌓였던 먼지와 고적함이 서로 뻐걱대는 소리다. 여러 개의 서랍 중에도 자주 사용하지 않는 칸이 있다. 그 속에는 버리기엔 아깝고 딱히 사용처도 없는 자투리 천과 머리타래와 보자기 등이 있다. 1년에 한두 번 열까말까한 이 서랍을 열 때는 마른기침을 한 번 하고 연다. 적요에 길이 든 서랍에 오랜만에 관심 두는 것이 좀 미안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머리타래에 좀이나 치지 않았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서랍을 여는 순간 고이 잠자던 먼지들이 일제히 기지개를 켠다. 위로 아래로 너부러지는 먼지들을 모르는 체하며 이것저것 뒤적인다. 가위자국이 선명한 상처를 안고 수십 년 서랍 속에서 잠자는 자투리 천들을 위로하듯 살살 달래가며 공기도 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