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손 가을 손 이상범 두 손을 펴든 채 가을 볕을 받습니다 하늘빛이 내려와 우물처럼 고입니다 빈 손에 어리는 어룽이 눈물보다 밝습니다. 비워 둔 항아리에 소리들이 모입니다 눈발 같은 이야기가 정갈하게 씻깁니다 거둘 것 없는 마음이 억새꽃을 흩습니다. 풀향기 같은 성좌가 머리 위에 얹힙니다 죄다 용서하고 용서받고 싶습니다 가을 손 조용히 여미면 떠날 날도 보입니다. 이상범(1935∼ ) 땅 파서 장사하는 사람 없고, 남들에게 베풀기만 하는 사람도 없다.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는 법이다. 하지만 인생을 보라. 가는 게 있어도 오는 게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는 분명히 줬는데 남들은 기억도 못 하는 경우는 더 많다. 준 것과 받을 것 사이의 균형이 무너지면 미움이 깃든다. 내 마음과 시간, 재물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