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기억/ 박종희 계절은 늘 누군가의 손을 잡고 돌아온다. 매화꽃이 세상을 물들일 때면 하얀 기억 속을 걷던 어머님 생각이 난다. 기억은 잊었어도 몸짓말로 나를 반기던 어머님이 올해도 어김없이 봄을 데리고 왔다. 빼꼼히 열린 병실 문 사이로 나를 발견하고는 쑥스러운 듯 당신 코를 잡아당긴다. 기다렸다는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는 어머님만의 몸짓이다. 어머님 눈에 낯익은 눈부처가 들어앉는가 싶더니 이내 잇몸을 다 드러내며 까르르 웃는다. 병실에서 무에 그리 웃을 일이 있을까만 며느리를 웃게 하려는 어머님의 배려일 성싶다.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꼿꼿하던 어머님이 큰아들을 앞세우고 나서는 맥없이 들어앉았다. 불덩이 같은 오 남매를 품어 키우느라 당신 몸이 녹아내리는 것도 모르고 살았던 어머님한테 아주 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