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국/허은규 복국 식당 앞에서는 가끔 복卜집, 점집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용한 점집의 무당처럼 식당 안에 돗자리를 깐 복어가 사람들의 막히고 엉킨 속을 상담하고 있다. 신 내린 무당인양 제 살점을 휘휘 풀어 국탕 속에서 한바탕 살풀이굿을 하고 있다. 복국집 간판에 그려진 은밀복의 웃고 있는 표정이 문득 애기보살의 볼때기 같다는 문과적인 상상이 스친다. '복어 맑은탕'을 '복지리' 또는 '복국'이라고 부른다. 복어로 만든 요리를 대하면 누구나 한 움큼의 긴장이 어리기 마련이다. 성냥개비 머리만한 미량에도 사람이 절명할 수도 있다는 풍문이 자꾸만 의식될 수밖에 없지만 이 야릇한 긴장이 도리어 맛을 깊게 각인시킨다. 국물 한 숟갈에도 온 미뢰를 집중하여 맛을 감별하게 만드는, 오묘한 집중을 낳는다. 특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