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동행 / 조현미 내겐 아주 오랜 벗이 하나 있습니다. 사는 일이 버겁거나 외따로 선 나무처럼 쓸쓸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얼굴입니다. 잡념이 너무 웃자라 부려놓을 곳이 필요할 때도 그 친구를 찾아갑니다. 마치 피접하듯 말입니다. 최상의 위로는 가만히 들어주는 게 아닐는지요. 일찍이 나의 외로움을 읽은 그는 그저 묵묵히 들어줄 뿐입니다. 등을 쓰다듬거나 찬 이마랑 뺨을 어루만지며 살며시 안아줄 뿐입니다. '쓰다듬고 어루만지고 안아주는', 어쩌면 그것이 그이만의 '사랑 방식'인지도 모릅니다. 살아오는 동안 참 많은 친구를 만났습니다. 한때, 사랑보다 우정을 앞세운 날도 있었고요. 서로를 지란芝蘭에 견주며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청할 수 있는, 김치 냄새가 나더라도 흉보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