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긴다 / 법정스님 이 가을 들어, 처음 절에 들어와 배우고 익힌 글들을 다시 들추고 있다. 그때는 깊은 뜻도 모르고 건성으로 외우면서 관념적인 이해에 그쳤었는데, 외떨어져 살면서 옛글을 다시 챙겨보니 크게 공감하게 된다. 글이나 사상은 그 저자의 정신연령에 이르러야 비로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생활환경이 비슷해야 더욱 공감할 수 있다. 야운野雲스님의 '스스로 경책하는 글 [自警文]'에 이런 시가 있다. 나물 뿌리와 나무 열매로 주린 배를 달래고 송락과 풀옷으로 이 몸을 가리며 들에 사는 학과 뜬 구름으로 벗을 삼아 깊은 산 골짜기에서 남은 세월 보내리. 몸과 마음 선정에 들어 흔들리지 않고 오두막에 묵묵히 앉아 왕래를 끊는다. 적적하고 고요해서 아무 일 없으니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