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전남용(1966∼) 즐거움을 함께하지 못한 ― 찬밥이 있다 즐거움이 끝나고 더는 즐거움이 없을 때 찾는 ― 찬밥이 있다 뜨거운 시간을 홀로 식혀온 ― 찬밥이 있다 안방에서 친구들과 법석을 떨며 놀다 보면 아랫목 이불 속에 묻혀 있던 밥주발이 나동그라지곤 했다. 어머니가 알세라 찔끔해서 혀를 날름 내밀며 황급히 수습했던, 보온밥통이 없던 시절의 한겨울. 삼시 세끼 식구들에게 더운밥을 먹이고 싶은 게 어머니 마음이다. 그래서 식은 밥은 쌓여 어머니 차지가 된다. 간혹 다른 식구들 앞에는 갓 지은 밥이, 내 앞에는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묵은 밥이 놓일 때면 열등한 식구 취급을 받은 듯 서러운 기분에 발끈하기도 했다. ‘밥’에는 ‘차별’에 대한 원초적 감각이 담겨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더운밥이 넘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