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권선희 하루가 퉁퉁 불어터졌다. 찌그러진 양은냄비 속에서 꼬들꼬들 익어가는 라면에 찬밥 한 덩이 미련 없이 던져 넣는 어머니. 푹푹 개죽처럼 끓어 가난이 쟁반 위로 오르면 우리들의 그 절제된 여인은 오목한 국자로 침묵을 퍼올렸다. ‘살자’는 두 글자가 길게 올랐다가 그릇에 담겼다. 주둥이를 내밀고 당겨 앉아 도대체 얼만큼 살아야 제대로 된 라면을 먹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ㅡ출처 : 시집『구룡포로 간다』(애지, 2007) ㅡ사진 : 다음 이미지 ---------------------------------------------- 혼자서 맛있게 끓여 먹는 라면은 고급스레 끓일 수 있다 여럿이 먹어야 하고 먹어도 부족한 라면이면 게다가 찬밥 한 덩이 넣은 라면은 보나마나다,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다 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