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이 말한다 / 김원순 그 집은 또 하나의 견고한 성(城)이었다. 바람과 구름조차 비켜가는 집. 잿빛 하늘이 바위처럼 누르는 날이면 성 안은 우물보다 깊은 침묵의 늪속으로 한없이 빠져들곤 했다. 온갖 새들이 그 성을 무시도 넘나들지만 굳게 닫힌 대문은 더욱 견고하게 빗장을 거는 것이었다. 나는, 그 집 앞을 지날 때마다 성 안에는 어떤 사람이 살고 있을까, 과연 살고 있기나 하는 걸까 몹시도 궁금했다. 단 한 번도 가슴을 활짝 열고 우물보다 깊은 침묵의 정원을 보여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색색의 타올이 가끔 옥상의 빨랫줄에서 해바라기 하는 걸 보긴 했다. 움츠렸던 몸을 펴고 긴 기지개를 켜는 듯, 불면으로 뒤척이던 밤을 툭툭 털어내는 듯 바람에게 몸을 맡기는 타올에서 한웅큼의 체온을 읽기도 했다.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