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이 정 화 물레 위 흙덩이에 온 마음이 놓였다. 미끄덩거리고 부드러운 촉감에 흙덩이를 불끈 잡는다. 손가락 사이에서 미어터지듯 삐져나와 버리는 것이 아쉬워 남은 것을 그러모아 다시 주먹을 쥐어본다. 시원하고 차진 흙의 감촉이 손끝으로 전해져 온다. 그릇을 만들기 위해 질흙을 잘 반죽해 떼어 놓은 덩어리를‘꼬박’이라고 부른다. 두드리고 비비고 매만지며 썰질 할 땐 무엇을 만들지 기분이 들뜬다. 조형토를 주물러 도톰한 사발이든 너른 접시든 얼추 형체가 드러날 땐 설렘도 커진다. 옆자리의 도공은 빠르게 돌아가는 물레의 속도를 잊은 듯 혼신의 기를 모아 자유자재로 형태를 넓혀간다. 꼬박은 무한한 가능성의 상징이다. 어릴 때,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꿈을 꾸었던 건 성정이 말랑했기 때문이다. 화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