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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부레옥잠/배한봉

에세이향기 2022. 8. 21. 08:11

서울의 부레옥잠

 

                                 배한봉

 

 

서울 가서 보았다, 지난 여름

서울 인사동 가서 보았다

돌확에 담겨 보랏빛 꽃 피운 부레옥잠

먼지 뒤집어쓴 채 더러는 잎 찢어지고

더러는 꽃대 꺾인 채

아직도 살아 있다고 웃는 거 보았다

그때 나는, 차마 죽지 못해 살아야 하는 웃음을

울음보다 더 큰 비명을 들었다

잎 푸르지 않고 꽃 피우지 않으면

쓰레기일 뿐인 서울의 부레옥잠

인사동 휘돌아 나가며

그 길목 작은 공원에서 소주병 들고

킬킬거리는 또다른 부레옥잠도 보았다

뿌리 상할 대로 상한 노숙의 신음, 노숙의 악취

세상 홍수에 삶의 둑 붕괴된 인간부초들이

하오의 뜨거운 태양 빛에 타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한 곳에 뿌리박고 살고 싶지만

삶이란 때로, 얼마나 비정한 현실의 볼모인가

마른 잎은 마른 대로, 시든 꽃은 시든 대로

물 속 거름으로 다 받아주는 세상

쓰레기와 거름, 종잇장보다 얇은 그 차이를

썩어서 또 하나 탄생의 힘이 되는 비밀 아는

우포늪 같은 세상 어디 없나

잘 있거라, 눈물들아 서울의 슬픔들아

서울을 떠나오며 나는

돌확에 부레옥잠을 띄우고 꽃 피기 기다리는

서울에게, 서울의 희망에게 묻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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