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향기

문향이 넘나드는 선방입니다

좋은 시

BOOK아현/전장석

에세이향기 2022. 11. 30. 15:17

 

BOOK아현/전장석






숨이 찰수록 뜻이 달아오르는 문장
동네 어르신들에겐 난독의 보릿고개다
앞뒤 표지가 뜯겨져나간 동네
근라그날 표지가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은
부록 몇 장 부욱 찢겨져도 눈치채지 못한다
숙박계 대신 쓴 무명씨 저자의 방명록은
얼음의 구근이 녹아 흘림체 일색이다
아직 지구상에 남아 있는 몇 개의 구절은
이 동네의 밤하늘을 뒤적거리다가
마지막 페이지쯤에서 그냥 별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책을 덮어도 조여 오는 어두운 골목길
스스로 문장 속으로 들어간 책은
어느 중고서점에서 절판인 줄 모르고 꽂혀 있고
갈라진 벽 속의 풀꽃들은 목차를 버린 지 오래
두 손으로 이마를 짚던 날이
잠시 난독의 계단에 앉아 있는 동안
낡은 진열장처럼 바람에 흔들리는 동네
쥐들이 갉아먹은 침묵 속엔
수백 권의 장서가 우글거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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