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아현/전장석
숨이 찰수록 뜻이 달아오르는 문장 동네 어르신들에겐 난독의 보릿고개다 앞뒤 표지가 뜯겨져나간 동네 근라그날 표지가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은 부록 몇 장 부욱 찢겨져도 눈치채지 못한다 숙박계 대신 쓴 무명씨 저자의 방명록은 얼음의 구근이 녹아 흘림체 일색이다 아직 지구상에 남아 있는 몇 개의 구절은 이 동네의 밤하늘을 뒤적거리다가 마지막 페이지쯤에서 그냥 별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책을 덮어도 조여 오는 어두운 골목길 스스로 문장 속으로 들어간 책은 어느 중고서점에서 절판인 줄 모르고 꽂혀 있고 갈라진 벽 속의 풀꽃들은 목차를 버린 지 오래 두 손으로 이마를 짚던 날이 잠시 난독의 계단에 앉아 있는 동안 낡은 진열장처럼 바람에 흔들리는 동네 쥐들이 갉아먹은 침묵 속엔 수백 권의 장서가 우글거리고 있을 것이다 |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골목세탁소/송향란 (0) | 2022.12.06 |
---|---|
도시의 옥상 / 신미애 (0) | 2022.12.06 |
바구미를 죽이는 밤/문성해 (1) | 2022.11.27 |
쉬/문인수 (1) | 2022.11.26 |
비늘 / 이서진 (1) | 2022.1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