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것들의 체온 / 최장순 유행도 한철을 넘기기 어렵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제품이 쏟아지고 새로운 것에게로 마음이 향한다. 어느덧 속도감에 익숙해졌나 보다 생각하지만 사실 나는 유행에 굼뜨다. 빠른 변화가 주는 어지럼증과 멀미가 심한 탓이다. 여전히 품을 떠나보낼 수 없는 오래된 것들, 유품처럼 모셔두는 그들에게서 나는 푸근함을 전달받거나 어지럼증을 해소한다."형님, 부자 되세요."덕담과 함께 매제가 건넨 건 돈궤였다. 횡재한 듯 마음이 뿌듯해진 나는 어디에 둘까 고민하며 방과 거실을 오갔다. 방에 모셔두기엔 잠이 편히 올 것 같지 않았다. 거실 소파 협탁으로 제격이었다.소나무 통판의 위 닫이 형 궤, 송판으로 돈궤를 만든 것은, 돌고 돌아온 돈 냄새를 은은한 소나무향으로 지워주고 싶음일까. 사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