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집 / 조현미 호박꽃 한 송이가 피어 있다. 그 집이 있던 자리에, 노을이 짙게 비낀 꽃은 붉다. 꼭 조등弔燈 같다.천생이 직립과는 먼 넝쿨에게 콘크리트 담벼락은 숙주가 되기엔 여러모로 옹색해 보인다. 어쩌다 수라修羅같은 콘크리트 틈새에 뿌리를 내렸을까. 갈지자로 굽은 그루가 영락없는 골절의 흔적인데 크낙한 잎사귀 사이 애호박을 조랑조랑 달고 있다.넝쿨의 여정 말미엔 넝쿨손이 바랑 하나 걸머메고 있다. 한 모금의 햇살과 바람, 한 치의 행로를 향한 저 가없는 탁발, 빈손이 못내 안쓰럽다. 사람에게나 짐승에게나 식물에게나 삶은 어차피 구도求道의 연장선상이 아니겠는가.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으나 늘 위태위태한 넝쿨의 처소를 보면 운명이란 신이 정해주는 것도 아니지 싶다.그 집을 처음 본 건 십여 년 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