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란 / 조현숙포란/조현숙 행복한 루치024. 10. 14. 13:35URL 복사 병실의 밤은 누군가 불을 끄는 순간, 시작된다. 오늘을 파장하는 하늘에서 노을을 쓸어 담은 어둠이 물체와 공간을 한 보자기에 싸안는다. 복도를 구르는 불빛이 문틈 사이로 실뱀처럼 기어들어 온다. 빛을 따라 병상의 모서리들이 각을 풀고 보자기 밖으로 제 몸을 드러낸다. 엄마는 등에 꽂힌 관 때문에 뒤척이지도 못하고 불편한 채 잠들었다. 그래도 얕은 숨을 푸푸, 뱉어내는 걸 보면 긴장이 풀린 모양이다. 노령의 얇은 몸피로 힘든 수술을 이겨낼 수 있을까, 모두의 난제였다.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그 어깨는 기울어지고 눈동자는 빛을 잃었다. 살 만큼 살았으니, 지금부터는 덤으로 주어진 삶이라고, 어둠이 세상을 덮어도 새날은 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