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 / 이규석 모처럼 옛 친구들과 어우렁더우렁 둘러앉았다. 목로주점에서 잘 구운 노가리를 안주로 소주잔을 주고받는데, 자식 농사 망쳤다는 친구의 넋두리에 장단이라도 맞추듯 송창식이 부른 ‘명태’라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짝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은 남아 있으리라/ …… ’ 허구한 날 겨울 바다를 거슬러 올라야 하는 명태는 이름이 많아도 쓰임새마다 사람들의 입맛을 당긴다. 가까운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생태는 탕으로서 으뜸이요, 먼바다에서 잡아와 얼린 동태는 서민들의 추위를 녹여주는 찌개가 되거나 명절에는 흔쾌히 담백한 전이되기도 한다. 추운 들판에서 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