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소리김 정 화 북소리 찾아 길을 나서는 중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북을 매단 나무를 만나고 싶었다. 세상에는 그 북보다도 더 큰 북이 있을 테지만 나라를 구하기 위해 매단 북보다 더 큰 북이 어디에 또 있을까. 그러한 생각을 하며 소문으로만 듣던 현고수 마을을 찾기로 했다. 의령 유곡천을 지나니 들판 한가운데 아담한 마을이 보인다. 세간리 마을이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마자 동체 굵은 둥구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온다. 우뚝 선 나무 밑으로 한적한 마을이 여름날 뜨거운 계절 속에 평온하게 잠들어 있다. 느티나무에서 울려나오는 매미 소리만이 마을의 평화를 잔잔하게 깨트리고 있다. 그것은 시끄러운 소리가 아니라 이 마을에 들어서는 사람이면 누구나 깨어 있으라는 경종의 소리다. 동네를 지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