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향기

문향이 넘나드는 선방입니다

2024/12/01 2

운 / 박찬웅

운 / 박찬웅 바람에 따라 정처 없이 떠다닌다. 둥실 두둥실. 바람에 몸을 맡겨 그저 흘러간다. 새하얀 뭉게구름을 보고 있으면 그곳에 안기고 싶다. 푹신푹신할 것만 같으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허상이다. 안개가 하늘에 떠 있으면 그게 구름이다. 산에 걸쳐 있는 구름을 본 적이 있다. 그 산을 올랐을 땐 구름이 아닌 짙은 안개가 깔려 있었다. 생각과는 다른 구름의 모습은 마치 누군가의 본모습을 봤을 때와도 비슷하다. 멀리서 보았거나 말로 들었던 사람을 가까이서 실제로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미지와는 다른 경우가 종종 있었다. 마치 구름과도 같이 가까이서 보았을 때와 멀리서 보았을 때는 차이가 있었다.​구름은 다양한 모양을 띤다. 양털 모양의 권적운, 줄무늬 모양의 권운, 흑색 구름은 고층운, 눈과 비를..

좋은 수필 2024.12.01

모탕, 그 이름만으로도 / 허정진

모탕, 그 이름만으로도 / 허정진   허연 날을 세운 쇠도끼가 하늘 높이 솟구친다. 온몸에 힘을 끌어모아 짧은 기합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내려치는 도끼날에 매섭고 날카로운 파동이 허공을 가로지른다. 도끼가 날아올 때마다 그 육중한 타격감에 질끈 눈을 감는다. “퍽”“퍽” 나무가 갈라지는 파열음과 함께 지축을 흔드는 충격력이 고스란히 모탕으로 전달된다. 의연한 묵언으로 받아내는 것 같지만 순간순간이 아프고 두렵다. 그때마다 수없이 흔들리고 까무러치고, 운명이라면 차라리 숙명으로 여기며 혼신의 힘을 다해 버티어 낸다. 오래전 산중 농막에서 몇 해를 보낼 때가 있었다. 겨울에는 아궁이에 불을 때서 온돌 난방을 해야만 했다. 방고래를 향해 훨훨 타오르는 장작불에 불멍의 멋과 낭만도 있었지만, 따뜻한 겨울을 나기..

좋은 수필 2024.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