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재영 '노천 박물관, 장연사지' 가질 것도 버릴 것도 없는 곳 이 절터다. ‘입도 버리고 혀도 파묻고 폐사지 같이 산다.’는 명시 한 구절을 곱씹으며 오늘도 길을 나선다. 물길이 비단결같이 곱다는 청도 금천(錦川)의 장연사지를 찾았다. 온화한 부처의 미소가 그리웠을까. 개망초 무리들의 탑돌이가 한창인 절터에는 소녀의 젖꼭지 같은 감또개가 하염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넉넉했던 절터는 천맥으로 내주고 한 뼘 땅에 몸을 부비고 있는 쌍탑의 처지가 딱했다. 금당을 지켜내지 못한 회한 때문일까. 두 탑은 멀리 흘러가는 동창천만 무심히 바라볼 뿐 말이 없다. 태고를 향해 눈물짓는 망부석 같기도 하여 탑돌이 하는 내 마음이 짠해진다. 한 송이 연꽃으로 피어올린 육화산의 산정기가 흘러내려 살포시 품은 장연사지는 모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