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간장 / 송종숙 그때까지 나는 씨간장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씨암탉, 씨감자같이 ‘씨’자를 어두에 붙인 낱말들이 많지만. 무심코 TV 채널을 돌리다 씨간장의 존재를 알게 됐다. 그날 방송에 특별출연한 종갓집 여인 덕이었다. 그녀는 명문가 종부답게 조신한 말씨로 씨간장을 소개해주었다. 그녀는 서슴없이 저고리의 긴소매를 걷어붙이더니 손수 가져온 장항아리 속에 성큼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그 속에서 웬 얼음덩어리같이 보이는 거무스름한 자색의 조각을 조심스럽게 건져냈다. 얼핏 보면 꼭 커다란 연수정원석 같아 보이는데, 자디잔 유리 부스러기가 엉겨 붙은 형상이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어느 집이나 대대로 묵혀온 오래된 간장이 있다면 그것이 그 집의 씨간장이라고 했다. 또 그 간장독 바닥에 엉겨 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