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 김희자 연 이틀을 잠만 잤다. 때를 잊은 채 잠에 빠졌다. 동면하던 생물들이 기지개를 켠다는 경칩도 지났건만 잠 속을 파고들었다. 평소 늘어지는 성질이 못되니 수면시간도 짧다. 하루 네댓 시간을 자며 살아왔던 내가 이불 속에서 옴짝달싹 못했다. 정신을 가다듬고 책상 앞에 앉아보았지만 가라앉는 몸을 가눌 수 없었다. 소태 같은 밥을 겨우 한 술 뜨고는 엉금엉금 기어 침대로 갔다. 창백한 낯빛이며 푹 꺼진 눈의 몰골, 나사 하나가 빠진 것 같은 정신이 흉하기 그지없었다. 잔뜩 긴장되어 있던 전신까지 놓자 모든 것이 솜처럼 풀렸다. 화장실을 다녀오는 일을 빼고는 검불처럼 너부러져 잠만 잤다. 휴대폰도 멀리 했더니 무슨 일이 있냐고들 아우성이었다. 내게는 어울리지 않는, 평소와는 다른 나를 별견하며 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