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벌레 /고윤자 온몸을 휘감으며 정욕의 불길이 타오른다. 그 불길에 몸속의 세포 하나하나가 툭툭 터지며 황홀경으로 눈을 뜬다. 일순간이나마 속내의 갈등과 고뇌까지도 연소해 버리는 불꽃이다. 숱한 남자에게 몸을 내맡겼던 그녀는 되돌아서며 말한다. 사내들이 돈벌이와 출세를 위해 땀 흘리고 인생의 가시덤불과 유혹이 쳐놓은 낚싯밥에 걸려 괴로워할 때, 자신의 인생은 그런 남정네들을 위한 삶이 아니었겠느냐고. 벌레처럼 살아 온 한세월이었지만, 어둠 속에 빛을 내는 구원의 개똥벌레이었을 순간은 행복했었노라고. 비록 손가락질 받을 인생이지만, 그 맛에 취해 자기에게 주어진 소중한 삶을 방기하고 모독했었다고 털어 놓는 그녀의 목소리에 굴곡이 인다. 그녀는 내가 약국을 하면서 알게 된 춘자라는 이름의 아가씨였다. 스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