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 / 김은주 목화가 툭 하고 고개를 꺾었다. 경주어 얻어 온 씨앗이 되 피우고 다시 살아나 여러 해 나의 뜰에서 산다. 솜이 칭칭 감긴 씨앗 몇 알을 누구에게 받아 왔는지 통 기억에 없다. 백련이 지고만 어느 논둑에서 받은 기억은 아련한데 누구였는지 무슨 일로 연 밭에서 목화씨를 건넸는지 아득하기만 하다. 마른 기억은 바람에 사라졌지만 해마다 야무진 검은 씨앗을 쓰다만 종이에 싸 확독에 보관해 둔다. 옹기에서 겨울을 난 씨앗은 봄이 되면 다른 일년초와 함꼐 뜰 여기저기 뿌려지는데 그 위치는 꽃 피는 여름이나 되어야 정확히 알게 된다. 마당 귀퉁이에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꽃 피우고 지다가 초록이 쓰러지는 이맘때쯤 흰 솜꽃을 피워 존재를 드러낸다. 집 비운 사이 된서리가 다녀간 모양이다. 온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