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돌 / 박은주 동풍에 훈기가 실려오면 어머니는 바빠지기 시작했다. 겨우내 바닷물을 먹고 자란 돌미역을 거두어들일 때가 된 것이다. 일기예보를 챙겨보고도 미덥지가 않아 마당에 나가 하늘을 보며 바람을 살핀다. 미역을 따는 날은 물론이고 바싹 마를 때까지 며칠간 햇살과 바람이 뽀송뽀송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벽녘에 전화를 주신 것으로 보아 이번에도 날을 잡은 모양이었다. 언니와 나는 차를 타고 친정으로 허겁지겁 달려갔다. 먼저 온 오빠와 올케는 벌써 부지런히 손을 보태고 있었다. 방금 따온 미역을 말리고 있는 어머니는 눈도 돌리지 않은 채, 할 일을 일러주었다. 미역을 뒤적일 때마다 미끌미끌한 바다 냄새가 포말처럼 코끝에서 부서졌다. 어머니에게 미역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었다. 목숨과도 같은 재산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