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자 시 모음 31편 《1》 고백 최문자 향나무처럼 사랑할 수 없었습니다. 제 몸을 찍어 넘기는 도낏날에 향을 흠뻑 묻혀주는 향나무처럼 그렇게 막무가내로 사랑할 수 없었습니다. ☆★☆★☆★☆★☆★☆★☆★☆★☆★☆★☆★☆★ 《2》 거짓말을 지나며 최문자 이번 여름에도 거짓말이 슬쩍슬쩍 나를 지나갔습니다 동방은 어디인가? 추운 동방으로부터 왔다고 들었습니다 곧 허물어질 바람 위에 지어졌습니다 힘이 아니라 점이 아니라 선이 아니라 장미꽃 장면으로 펜스를 넘고 꽃잎을 접고 나에겐 거처가 없어요라고 말합니다 거짓말에게서 동방의 가루약이 밝혀진대도 내 혀끝은 서쪽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아주 잠깐 믿었습니다 거짓말은 오렌지색 나직한 뱃고동 소리로 구슬프게 부릅니다 흐린 연필 끝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