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향기

문향이 넘나드는 선방입니다

2024/01/17 2

최문자 시 모음

최문자 시 모음 31편 ​ 《1》 ​ 고백 ​ 최문자 ​ 향나무처럼 사랑할 수 없었습니다. 제 몸을 찍어 넘기는 도낏날에 향을 흠뻑 묻혀주는 향나무처럼 그렇게 막무가내로 사랑할 수 없었습니다. ​ ☆★☆★☆★☆★☆★☆★☆★☆★☆★☆★☆★☆★ 《2》 ​ 거짓말을 지나며 ​ 최문자 ​ 이번 여름에도 거짓말이 슬쩍슬쩍 나를 지나갔습니다 동방은 어디인가? 추운 동방으로부터 왔다고 들었습니다 곧 허물어질 바람 위에 지어졌습니다 힘이 아니라 점이 아니라 선이 아니라 장미꽃 장면으로 펜스를 넘고 꽃잎을 접고 나에겐 거처가 없어요라고 말합니다 ​ 거짓말에게서 동방의 가루약이 밝혀진대도 내 혀끝은 서쪽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아주 잠깐 믿었습니다 ​ 거짓말은 오렌지색 나직한 뱃고동 소리로 구슬프게 부릅니다 흐린 연필 끝으로 ..

좋은 시 2024.01.17

문성해 시 모음

문성해 시 모음 20편 ​ 《1》 ​ 검색 공화국 ​ 문성해 ​ 도서실 컴퓨터실에 붙박이로 앉은 사람들 젊어서 천천히 찌그러지고 있는 사람이나 늙어 한꺼번에 찌그러진 사람이나 모니터를 뚫어지게 노려보며 웃거나 한숨을 쉬거나 신경질적으로 자판을 두드린다 지독한 모니터와의 사랑이다 제가 궁금하면 검색해 보세요 그 남자는 여유 있게 말했다 나는 쿠키를 오븐 없이 굽는 방법을 검색하며 쿠키도 프라이팬에 구울 수가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나는 컴퓨터실이 떠나가게 이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지만 모두들 천기를 누설 받는 결연한 표정들이기에 관두기로 했다 나는 계속해서 마른 하늘에 비가 내리게 하는 법과 물속에서 물고기랑 오래 대화하는 법을 내리 검색했다 화장실 가는 길에 훔쳐본 옆 사람의 모니터에서 깨알 같은 ..

좋은 시 2024.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