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향기

문향이 넘나드는 선방입니다

2024/01/24 2

별빛 실은 그 잔바람은 어떻게 오실까 외 4편 / 조영심

별빛 실은 그 잔바람은 어떻게 오실까 외 4편 / 조영심 가막만은 별빛 자르르한 옥토였다 먼 바다 돌아온 달이 외진 포구 넘너리에 고삐 매어두는 밤, 개밥바라기별 앞세워 대경도 소경도 물결 찰방이는 소리에 우수수 우수수수 쏟아지던 별의 금싸라기, 뭍에서나 물에서나 별의 숨결 받아먹고 숨탄것들 탱글탱글 여물던 찰진 별 밭이었다 큰바람도 여기 와선 숨을 고르고 별들과 뒹굴었다 언제부턴가, 경도 큰 고래 작은 고래 등허리에 줄지어 내걸린 큰 전등이며 나뭇가지 친친 감은 색색의 꼬마전구에 밀려 그 많던 별들은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잔잔한 바다에 고랑 이랑을 내고 별빛을 경작하던 바람도 이제 길을 잃었다 전설이 죽고 꿈도 사라졌다 밤낮없이 먹고 마시고 노느라 팽개쳐버린 별빛은 이제 더 이상 바다에 이르는 길을 내지..

좋은 시 2024.01.24

보리 굴비 / 박찬희

보리 굴비 / 박찬희 깊은 곳, 동안거에 들 날이 가까워지면 옆구리가 가려웠다 수년을 가로거침 없던 길 없는 길이 아른거리기만 하고 바싹 말라버린 감정이 압착된 채 눌어붙어 겉보리 색깔이다 ​ 꼬아 내린 새끼줄이 미명을 건져 올리는 때마다 조금씩 빠져나가는 기억, 잊은 물질의 기법을 유추해 켜켜이 돋워 꿰면 아가미에서 배어 나오는 소금기 바람이 낙관을 찍고 갈 때마다 입술이 들썩거리고 항아리 깊은 속에서 오장육부를 비워내면 아가미를 통해 내통하는 바다와 육지 ​ 숨이 찬 시절이 건조되는 동안 주둥이부터 꼬리까지 흘러 빠져나가는 너울 아무도 들어보지 못한 음께를 바람이 변주하면 뭉툭하던 허리를 조여 맨 상처가 껍데기에서 바삭거린다 ​ 잠이 깰 때 아무 느낌이 없게 될지도 모르는 귓속말을 차곡차곡 채우면 봄..

좋은 시 2024.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