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종 / 손훈영 도타운 햇살이 땅 속 생명들을 깨우고 있다. 바야흐로 텃밭 걸음이 잦아질 때다. 허름한 바지에 긴 장화를 신고 끈 달린 밀짚모자를 쓴 남편은 제법 농사꾼 티가 난다. 손에는 호미 한 자루 밖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텃밭지기 남편의 어엿한 조수, 제일 중요한 씨앗 봉지를 주머니에 넣고 뒤를 따른다. 산을 끼고 있는 아파트라 뒷문만 열고 나가면 바로 등산로 입구다. 그 어름에 작지만 윤기 나는 우리의 텃밭이 있다. 오른쪽 골에는 상추씨를 뿌리기로 한다. 왼쪽 골에는 쑥갓을 위쪽으로는 부추를 뿌리면 맞춤 맞을 것 같다. 적당한 간격으로 씨를 흘려 넣는다. 텃밭 가꾸기는 딱히 수확을 내야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순전히 뿌리고 가꾸는 재미다. 조금씩 솎아 먹는 즐거움도 제법이지만 막 올라오는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