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로 만든 창 김현숙 ‘햇살이 비듬처럼 내리는’ 휴일오후. 나는 버스 맨 뒤 칸 창가에 앉아 그 햇살을 삼키며, 털 고르는 고양이마냥 권태를 즐겼다. 차창 밖으로 펼쳐진 국도변의 추루한 풍경은 재채기를 부를 만큼 건조했고, 그곳 사람들의 기름기 없는 일상은 부서질 듯 파삭했다. 버스가 신호에 잡혔고 [건너 다방유리에 내 얼굴이 비쳤다. 내 얼굴 속에서 손톱을 다듬는, 앳된 여자 머리 위엔 기원이 있고 그 위엔(…) 나도 그녀의 얼굴 속에 앉아 마른 표정을 다듬고 있었을 것이다.] 이 시 주인의 말처럼 건너 순댓국집 유리창에 내가 비쳤다. 내 가슴팍에 안겨 이 사이에 낀 점심 찌꺼기를 후비적대고 있는 중년의 남자, 그 위엔 인력소개소의 낡은 창문이 있고 그 틈으로 참말 비듬 같은 햇살이 쏟아졌다. 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