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어밥 / 안도현 아직 한 번도 맛보지 못했지만 내심 벼르고 있는 음식이 있다. 그중 하나가 ‘은어밥’이다. 지금은 독일에 가 있는 하수정 시인이 20년 전쯤에 예찬하던 맛. 은어는 수박 향이 나는 물고기예요. 그녀의 말을 듣던 우리가 귀가 단번에 길쭉해졌다. 후각은 원초적인 감각을 증폭시키는 힘이 있다. 그녀의 고향인 경남 진주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말하다가 은어밥 이야기가 나왔다. 남강에서 아버지가 은어를 잡아왔어요. 여름밤 모래사장 위에 불을 피워 은어밥을 지어 먹었죠. 밥물을 평소보다 낙낙하게 잡아야 해요. 은어는 배를 따서 손질해두고요. 냄비 속의 쌀이 한소끔 끓어 익을 때쯤 뚜껑을 열고 재빨리 은어를 넣어야 해요. 밥물이 걸쭉해질 때쯤이죠. 그때 은어를 밥 속에 한 마리씩 수직으로 박아 넣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