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 /최윤정 눈보라가 치는 밤이었다. 머리에 버짐이 번져 머리카락이 숭덩숭덩 빠지는 걸 보다 못한 어머니가 나를 병원에 데리고 갔다 오던 길이었다. 두 시간에 한 번씩 들르는 마을버스는 일찍 끊겨 버렸고, 눈보라를 맞으며 한 시간은 족히 걸어가야 집에 갈 수가 있었다. “춥제?”하고 자꾸만 물어보시던 어머니의 물음에 대답도 못하고 눈보라와 씨름하던 그때, 내 나이 아홉 살이었다. 걸음을 걷는 다리조차 감각을 느끼지 못할 만큼 온 몸이 꽁꽁 얼어 집에 도착했다. 아버지가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지 집이 깜깜했다. 어두운 방 안에서 찬바람이 확 덮쳐왔다. 아버지는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더듬거리며 불을 켜자 아무것도 없는 빈 방이 눈에 들어왔다. 멍하니 방안에 서있으려니 냉기가 뼛속까지 스며들어왔다. 나는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