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 김이랑 그놈 참 똑똑하다. 아무 때나 손가락만 까딱하면 바깥세상을 내다보고 어디서든 원하는 정보를 찾는다. 멀리 있는 사람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널리 나를 알릴 수도 있다. 손바닥만한 스마트폰이 부리는 요술은 상상을 넘어선다. 옛집에도 조그마한 창이 있었다. 창호지를 손바닥만큼 뜯어내고 유리를 붙이면 뙤창문이 되었다. 인기척이 들리거나 바깥이 궁금하면 눈을 갖다대고 마당을 내다보았다. 밖이 희미하게 보일 때, 입김을 호호 불어 먼지를 닦아내면 깨끗하게 보였다. 뙤창문으로는 마당만 보일 뿐, 산 너머 세상은 보이지 않았다. 바깥세상에서 오는 건 활자와 소리였다. 굽이굽이 고개를 넘느라 신문도 하루 늦게 오는 하늘아래 첫 동네에는 전파도 숨을 헐떡거리며 왔다. 지지직대는 소리를 잡으러 귀를 기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