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향기

문향이 넘나드는 선방입니다

2024/04 62

봄꿈/정희승

봄꿈/정희승 가까운 곳에 볼일이 있으면 으레 자전거를 타고 간다. 차로 가면 오히려 번거로운 게 많아서다. 오늘도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2km쯤 떨어진 수산물 센터에서 도미 두 마리와 회 한 접시를 사왔다. 자전거를 타다보면 이상하게도 속도를 중시하는 현대문명에 대한 열광이 가라앉는다. 자전거는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다. 게다가 조용하고 겸손하다. 그러므로 빨리 가고자 서두르거나 조급하게 굴 필요가 없다. 꾸준함과 성실함만 있으면 된다. 회와 도미를 짐받이에 싣고 오면서, 거리 풍경에 너무 앞서가지 않도록 되도록 천천히 바퀴살을 돌렸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자 벚꽃이 난분분 휘날렸다. 중앙 대로를 따라 아름드리 벚나무가 줄느런하게 서 있는데, 부녀회에서 주관하는 벚꽃축제가 끝나면 으레 이렇게 대책..

좋은 수필 2024.04.03

빈 자리가 가렵다/이재무

빈 자리가 가렵다 이재무 새해 벽두 누군가가 전하는 한 선배 암선고 소식 앞에서 망연자실, 그의 굴곡 많은 이력을 안주로 술을 마시며 새삼스레 서로의 건강 챙기다 돌아왔지만 타인의 큰 슬픔이 내 사소한 슬픔 덮지 못하는 이기의 나날을 살다가 불쑥 휴대폰 액정화면 날아온 부음을 발견하게 되리라 벌떡 일어나 창밖 하늘을 응시하는 것도 잠시 책상서랍의 묵은 수첩 꺼내 익숙하게 또 한 사람의 주소와 전화번호 빨간 줄을 긋겠지 죽음은 잠시 살아온 시간들을 복기하고 남아 있는시간 혜량하게 할 것이지만 몸에 밴 버릇까지 바꾸어놓지는 못할 것이다 화제의 팔할을 건강에 걸고 사는 슬픈 나이, 내 축축한 삶을 건너간 마르고 창백한 얼굴들 자꾸만 눈에 밟힌다 십년을 앓아오느라 웃음 잃은 아내도 그러하지만 생각하면 우리는 모..

좋은 시 2024.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