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손광성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바다는 굳지도 않으며 풍화되지도 않는다. 전주를 세우지 않으며 철로가 지나가게 하지 않으며, 나무뿌리를 내리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품안에 조개를 품고 식인상어를 키우더라도 채송화 한 송이도 그 위에서는 피어나지 못한다. 칼로 허리를 찔러도 금세 아물고 군함이 지나가도 그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바다는 무엇에 의해서도 손상되는 법이 없다. 사람들이 국경선을 긋지만 지도 위에서일 뿐이다. 무적함대를 삼키고도 트림조차 하지 않는다. 어떤 지배도 인정할 수 없는 바다는 무엇에 대한 자신의 군림君臨도 원치 않는다. 그는 항상 낮은 곳에서 머물며 모든 것은 평등의 수평선 위에서 출발하기를 바란다. 바다는 기록을 비웃으며 역사를 삼킨다. 땅은 영웅들의 기념비로 더럽혀졌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