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굴 /김은주 글을 재우려고 방문을 닫는다. 자꾸만 들떠 달아나는 글을 잡고 뉘여 토닥토닥 등을 두드린다. 이불도 끌어당겨 덮어 보고 흥얼거리며 자장가도 불러 본다. 겨드랑이 아래 끼고 누워 충분히 숨길도 열어주고 그래도 뒤척이면 머리까지 쓰다듬어 준다. 스르르 눈 감을 때까지, 달디 단 잠 속에 들 때까지 오래 글을 어르고 달랜다. 처음부터 재우려는 생각은 없었다. 행간을 넘나들며 혼자 잘 놀 때는 그러려니 하고 두고 보지만 걸려 넘어지고 징징거리기 시작하면 그때는 푹 재우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문턱에 걸리고 툴툴거리는 글을 어찌 그냥 두고 보겠는가? 쓰는 자는 툴툴거림의 이유라도 알지만 읽는 자에게 그것은 독서의 물길을 막는 일이니 말이다. 접시꽃 흐드러진 칠월의 뙤약볕이 방까지 도달하기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