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실명 윤예선 이난호 엊그제도 그를 만나고 왔다. 그 여자 윤예선은 마흔여덟 살 농촌 아낙이다. 그에게는 진종일 치마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치매증인 시어머니와 술이 좀 과한 남편과 입대한 아들과 여고 삼 년생 딸이 있다. 그 외에 거두어야 할 이십 여 마리의 각종 가축과 이천 평 남짓한 전답이 있고, 자그마한 밤 동산도 있다. 그 여자 윤예선은 내 손아래 동서다. 치매로 빠져든 지 삼 년, 이제 구사할 수 있는 단어라고는 ‘엄마 밥 줘, 엄마 맛있다, 엄마 어디 가지 마’ 등 고작 대여섯 개 안팎인 여든다섯 된 시어머니는 가끔 찾아뵙는 맏아들, 맏며느리를 잊은 지 오래다. 얼마 전 까지는 그래도 우리 내외가 손을 내밀며 “엄니, 저 왔어요” 하면 “우쩐 일여?” 하고 잠깐이나마 양 손을 그러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