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레가 구른다 / 김희숙 흙꽃이 핀다. 손가락을 슬쩍 비트니 오므린 몽우리가 보시시 벌어진다. 흙 한 줌에서 생명력이 살아난다. 허공을 메울 잔가지나 바람에 하늘거릴 이파리 하나 돋지 못한 줄기지만 꼿꼿하게 버티고 섰다. 앞으로도 꽃송이 서너 개쯤은 거뜬히 피워낼 수 있으리라. 코끝을 간질거리는 향기와 눈길을 사로잡는 빛깔은 없어도 투박한 질감이 마음을 당긴다. 그릇은 오롯이 인간의 도구다. 사발에 김 오른 밥을 담고 종지의 짠기를 더해 밥심을 돋운다. 너나없는 콘크리트 삶 속에 작은 토분이나마 식물을 심어 자연을 벗한다. 연잎 화반에 꽃불을 켜 주위를 밝히고 달항아리를 들여 희로애락을 품는다. 때때로 사람은 스스로를 그릇에 담는다. 제멋대로 크기까지 정하여 정신을 가두는 오류도 범한다. 땅에서 생명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