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전傳 / 김용삼 사람들 앞에 벌거벗고 선 기분이었다. 이제부터 ‘넌 혼자야’라는 판결문을 거머쥐고 법원 문을 나설 때, 사람들의 시선은 돋보기 해 모으듯 나를 향했고 간혹 수군거림까지 환청으로 귀에 박혔다. 이미 바닥에 떨어진 자존감은 주위에서 갖은 처방을 들이댈수록 울컥울컥 부아로 나타났다. 생채기는 이대로 두면 더 곪을 것 같았다. 만원 버스에서 갑자기 가슴을 조여 오는 증세가 병이란 것을 알았을 때 ‘도피’를 감행했다. 큰 저수지를 품에 안은, 꽤 높은 농장을 도피처로 정한 것이 그 무렵이었다. 세상과 완전 차단된 곳은 아니지만 애써 사람을 청하지 않으면 그나마 ‘관계’에서 오는 복잡함은 덜만 했다. 때맞춰 쌀밥도 거기로 들어왔다. 녀석은 아직 내 손이 필요한, 갓 젖 뗀 애송이였다. 맑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