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장이 아버지 조수일 갯가의 지친 오후가 바람에 쓰러진 후 아버지는 이름 있는 모든 지느러미를 소금에 절여 냈다 아가미는 아가미대로 창란은 창란대로 부위별로 도려낸 자리 왕소금을 한 움큼씩 되박아 고통스러움을 향기로 추출하고 있다 상처 자리에 환한 영혼을 켜는 염장이 오늘은 풀치 떼가 가득하다 은빛 꼬리지느러미의 소란스런 비린내를 건넌방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날개를 읽어 캄캄하던 내 안이 분주하다 푸른 곰피자락이 너울거리는 홑이불을 배에 감고 문가로 기어간다 빳빳한 비닐 앞치마를 두른 채 작업을 서두르는 아버지 어깨에 잔잔한 파동이 인다 지느러미의 촉수 하나 다치지 않으려는 손놀림에 안도한 풀치 떼가 나 몰래 지난 세월을 뱉어낸다 아버지의 지문 안으로 녹아든 소금물 삶의 경계를 허물며 스러지고 풀,풀,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