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꽃 / 문경희 누군가의 위험천만을 목적지로 찍고 왔다. 타인의 불행을 내 행복의 척도로 삼겠다는 심사는 고약하지만, 오늘을 보기 위해 며칠을 손꼽았다. 그가 연출하는 백척간두의 순간을 함께 출렁이며 늘어질 대로 늘어진 삶의 들메를 다잡아보고 싶었다. 공터는 이미 삼현육각의 신명으로 들썩이고 있다. 켜고, 불고, 두드리고, 인간과 악기가 만들어내는 소리로 주추를 놓고 지붕을 올린 소리의 성채 하나가 장대하게 일어선다. 내 안에서 나달거리던 소리들이 화답을 하는 건지, 두서없이 심장이 쿵쾅거리며 걸음이 빨라진다. 한껏 데시벨을 높인 소리의 휘장을 열어젖히고 공터의 왁자함 속으로 성큼 들어선다. 소리가 예열해놓은 분위기를 밟고 자그마한 체구의 줄꾼이 등장한다. 이마를 질끈 동여맨 무명천 위로 가볍게 얹힌 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