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무에 단맛을 들여라/김서령 가을무에 맛이 들 철이다. 알다시피 제철 채소는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하다. 철마다 다른 채소를 길러내는 땅에 발을 딛고 산다는 것만으로도 삶은 황홀하다. 이승에 생명을 얻어 사는 보람은 그걸로 충분한 건지도 모른다. 그 외의 것은 모조리 덤이다. 영화를 보는 것도, 새 옷을 입는 것도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마주 앉은 사람에게 사랑을 느끼는 것도, 아이를 낳는 것도, 그 아이의 입안에 밥을 넣어주는 것도, 내 몸이 이 땅에 발을 디디는 기쁨 이후에 감각하는 덤에 속한다. 누구의 삶이든 이 덤이 크니 생명을 얻어 지상에 둥지를 튼다는 것은 꽤나 남는 장사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우린 덤에 취해 정작 본질을 잊고 산다. 생의 본질! 그건 가을무의 푸른 어깨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