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함을 위한 묵상 서영희 6월은 봄도 아니요. 여름도 아닌 계절이다. 푸르게 물들어 가는 세상이 싱그럽긴 하지만, '잔인한 4월'이니, '계절의 여왕'이니 하는 화려하거나 달착지근한 수식어도 없다. 좋게 말하면 무던한 달이고 나쁘게 말하면 나른하고 무미건조한 달이다. 그저 여둣빛 여린 잎들이 말없이 초록으로 짙어갈 뿐이다. 그런 6월의 오후 4시는 더더욱 어중간한 시간이다. 하루를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어 버렸고, 마무리를 하기엔 너무 이르다. 이떄쯤이면 직장에 적을 둔 사람이나 집에서 살림을 하는 사람이나 약간은 심심하고 지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