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이 사라지자 구멍가게가 없어졌다. 그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편의점이 생겼다. ‘시다’가 하던 일을 ‘알바’가, 덤 대신에 ‘1+1’이, 외상은 신용카드가 몰아냈다.그 많던 단골집은 다 어디로 갔을까. 식당·빵집·과일가게·정육점·전파사·양장점·문방구…. 간판이 떠오르지 않는가. 락희슈퍼·서울사진관 같은 가게 이름도 불러보자.주인장 얼굴과 가게 안팎이 눈에 선할 것이다. 모든 단골집에는 적어도 두가지 공통점이 있으니, 오래된 주인과 오래된 자리(장소)다. 그래야 단골이 생긴다.황인숙의 시에서 단골은 단골이 아니다. 알바는 점주(店主)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에서 단골은 소비자다. 오직 구매력으로만 인정되는 소비자. 우리는 언제나 소비자이고 가끔 생산자다.알바는 또 누구인가. 간혹 명찰을 달고 있지만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