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論/윤정인 호미가 콕콕 텃밭을 쫀다. 흡사 새의 부리 같다. 날이 움직일 때마다 햇살이 사금파리처럼 튄다. 쇠비름, 바랭이가 속절없이 뽑힌다. 긴 뿌리 민들레도 서너 번 호미질에 투항하고 만다. 이랑에 일순 긴장이 돈다. 전원으로 이사 온 후론 텃밭에 나가는 일이 잦아졌다. 도심에선 경험하지 못했던 일상이다. 우기에 접어드는 육칠 월은 며칠만 발걸음을 늦추면 잡초로 덮여 묵정밭이 돼버린다. 대파모종보다 잡초가 더 웃자라버린 이웃 텃밭이 흉하다. 그 꼴이 나지 않게 얼마 전 양파를 수확하고 비워 둔 곳을 뒤적거린다. 호미는 잡초를 뿌리째 뽑고 땅속 깊이 든 감자나 고구마를 손쉽게 캐내게 한다. 생김새에 따라 그 쓰임이 다르다. 끝이 뾰족한 ‘막호미’는 작물을 캐거나 흙을 팔 때 사용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