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탄화 속으로 / 이상수 가로등이 하나둘 목련처럼 피어난다. 어스름이 발묵하는 시간, 먼 산이 먹빛에 잠기고 들녘은 천천히 지워진다. 사각의 창문마다 둥근 불빛이 내걸리면 저녁의 품속으로 사람들이 귀가한다. 해가 넘어가는 이맘때쯤이면 영문을 알 수 없는 고독이 밀려온다. 초콜릿처럼 달콤하고 계피처럼 아릿하여 멀미하듯 거리를 표류한다. 무심히 지나가는 사람과 낯익은 상점이며 형형색색의 간판들. 타인 틈에 섞이면 마술처럼 슬몃 내가 사라짐을 느낀다. 그 가만한 스러짐이 좋아 어둠의 발치에 혼자 서 있을 때가 많다. 프랑스에서는 해질녘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 한다. 사물의 윤곽이 희미해져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는 개인지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이란 뜻이다. 이쪽도 아니고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