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염전 / 김평엽 내게도 인생의 도면이 있었다갱지 같은 마누라와 방구석에 누워씨감자 심듯 꿈을 심고 간도 맞추며 살고 싶었다바닥에 엎디어 넙치처럼 뒹굴며아들 딸 낳고 싶었는데돌아다보면 염전 하나 일구었을 뿐성혼선언문 없이 산 게 문제다선녀처럼 그녀를 믿은 게 문제다정화수에 담긴 모든 꿈은 증발하고외상의 눈금만 술잔에 칼집을 내고 있었다알았다, 인생이란 차용증서 한 장이라는 것가슴뼈 한 개 분지르며 마지막 가서야 알았다소금보다 짠 게 계집의 입술임을염전에서 바닥 긁는 사내들이여 아는가슬픔까지 인출해 버린 밑바닥에서누구의 눈물도 담보할 수 없다는 것계집 등짝 같은 해안에 자욱이 되새 떼 내려노랗게 우울증 도지는 현실염전만이 소금을 만드는 게 아니다우리 가슴을 후벼도, 아홉 번 씩 태운소금 서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