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 쑤는 여자 / 남태희 “이것 좀 먹어봐 동서, 어서” 도리질 치는 내 입에 억지로 숟가락을 넣었다. 며칠째 물만 마시고 있던 내게 형님은 울 듯한 표정으로 다그치고 있었다. 멀리서 녹두죽 한 냄비를 쑤어 달려온 정성과 진정으로 걱정하는 눈빛을 보면서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껄끄러운 입안에 부드러운 죽 알갱이들이 퍼져갔다. 슬픔의 덩어리들을 꾸역꾸역 같이 삼켰다. 어린 것을 잃고 널브러진 스타킹처럼 누워 있던 난 그날 이후 다시 얼어서고 있었다. 죽은 곡물 음식의 가장 원초적인 형태로 쌀, 보리, 녹두 등의 곡물에 물을 대여섯 배 부어 무르게 만든 음식이다. 오래 끓여 부드럽고 무르게 된 음식이기에 정상인보다는 기력이 쇠한 환자가 먹기에 좋다. 이렇게 고마운 음식이건만 죽에 관한 속담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