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 남영숙금방 세수한 얼굴은 그대로 식물성이다. 일체의 상념을 씻어낸 표정이다. 톡톡 화장품을 바르는 목과 얼굴에는 경계가 없다. 그러나 수고한 손에겐 화장품이 아껴진다. 보습제 하나면 그만이다. 문득 노고에 비해 소홀히 대접받는 손에 대한 생각을 한다.사람들이 세상과 맺고 있는 모든 연결고리의 시작이 되는 신체의 부분이다. 우리의 모든 행위는 손이 있어 가능해진다. 인간의 인프라인 것이다. 생활의 최전선에 있으면서 보병처럼 묵묵하다. 음식을 해내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글씨를 쓰며 반가운 이의 손을 덥석 잡고, 온갖 궂은일과 즐거운 일에 첨병으로 나선다.그렇게 세상과의 만남은 손으로 이루어진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엮어주는 최초의 동작도 손에서 시작된다. 처음으로 이성과 손을 잡던 따스하고 말랑..